언론보도 [스타트UP] "이 옷 멋지다고요? AI가 디자인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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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마다하고 AI 공부…'도전 K-스타트업 2019' 대상 수상
"국가보다 힘 센 것이 기업…좋은 기업 만들고파"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N타워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AI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1.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알파고' 이후에 우리가 인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력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미국·독일·중국 등 강대국과 출발선에 나란히 선 게임판인 만큼, 지금부터 열심히 해서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패션 AI 스타트업 디자이노블의 신기영 대표(35)는 향후 포부를 묻는 말에 "국가보다 힘이 센 것이 좋은 기업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디자이노블은 국내 최초로 AI기술을 패션에 접목한 스타업이다. 온라인 상에 공개된 수백만 벌의 의상을 수집해 이용자가 선호할만한 의류를 AI가 분석해 구현, 판매까지 이뤄진다. 디자이노블은 이같은 기술로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와 합동으로 개최한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19'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기술과 비례해 잘되는 사업이라 생각해 도전…패션은 잘 몰라"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1년 대기업에 입사해 근무 경험을 쌓았다. 그는 그곳에서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깨닫고 2012년 포항공대 IT융합과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해 AI를 공부했다.
신 대표는 "그 때만해도 국내에서 AI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교수들도 별로 없었다"며 "남들보다 먼저 준비해서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뗐다.
신 대표는 디자이노블을 통해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19' 대상 뿐 아니라 구글 캠퍼스 서울 입주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스타트업 프로그램,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등 내로라할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그에 앞서 내놓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14년 그는 조작이 간단한 게임만으로 떼돈을 벌거나 상장한 회사들을 보며 앱을 출시해야겠다고 결심, 구직자들이 연봉만 보고 입사를 꿈꾸는 상황이 안타까운 마음에 '정시 퇴근 할 수 있는 회사', '유학 시 유리한 회사' 등 각 기업의 장단점을 수집한 후 구직자에게 공개하는 앱을 출시한다.
신 대표는 "어렵게 모아서 출시했는데 한 구직 사이트에서 똑같이 분류해 30위까지 랭킹을 매겨 SNS를 중심으로 대규모로 광고를 했고, 출시했던 앱은 완전히 묻혔다"며 "그 때 '기술이 좋다고 사업이 잘 되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기술의 성능 향상이 사업의 성과로도 연결되는 사업을 찾았고 그중 하나가 패션이었다.
평소 패션이 관심이 많았냐는 물음에 신 대표는 "'공대생 국룰' 체크무늬 남방을 주로 입고 다녔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각종 SNS를 활용해 돈을 버는 패션 쪽 사업가들이 있는데 그 분들이 다 패션 전공자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며 "그들이 아는 판매 노하우를 AI에 학습시키면 할 수 있겠다 싶어 패션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앞서 패션에 AI를 접목한 미국 회사들을 예로 들며 디자이노블이 성공적으로 패션에 AI를 접목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신 대표는 "패션은 기술을 쓰지 않던 분야인데 (패션 스토어) 육스(YOOX)는 패션을 잘 아는 만큼 기술을 활용하기 어려워 일회성에 그쳤다"며 "아마존은 패션은 잘 모르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패션에 AI를 잘 접목할 수 있었던 거고, 아시아에선 디자이노블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 "수백, 수천만 벌의 의상 수집해 분석…디자이너에 영감 줄 수 있어"
디자이노블은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기술을 토대로 한다. GAN 기술은 최근 딥 페이크와 같은 기술에 사용되며 주목받은 기술로, 진짜 같은 가짜 이미지를 만드는데 쓰인다.
학습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거론되는 사례는 위조 지폐를 만드는 위조지폐범과 이를 적발하는 경찰의 관계다. 위조지폐범은 경찰에 적발되지 않게 끊임없이 높은 수준의 위조지폐를 찍어내고 경찰은 이를 계속 이를 적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구별이 어려운 가짜 이미지가 생성된다.
이를 위해 디자이노블은 온라인 상에 공개된 수백만벌의 의상을 수집한 뒤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색 배치및 디자인을 찾아낸다. 이 정보를 토대로 GAN 기술을 적용, 선호도가 높은 디자인과 패턴 등을 추출하는 것이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N타워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1.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초창기에는 오류값이 많아 AI가 디자인한 옷을 옷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고민이었으나 현재는 사람의 눈으로는 누가 디자인한 옷인지 모를 정도로 수준이 올라왔다. 또 비슷한 이미지를 검색하면 의상에 쓰인 소재 등도 알 수 있다.
디자이노블은 지난달 롯데온과 손을 잡고 신규 프로젝트 브랜드 '데몬즈'를 론칭했다. 데몬즈는 'MZ세대 사이에서 디자인에 새로운 감성을 입힌다'(M + ON + Z)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첫 뮤즈는 힙합 아티스트 치타로, '데몬즈 X 치타'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반려묘·환경·변화된 자신의 모습 등 치타가 고른 이미지를 AI에 입력하면 AI는 이 이미지와 이에 적합한 데이터를 합쳐 새로운 디자인의 의상을 만드는 식이다.
신 대표는 "총 개수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한 달에 약 10여종의 옷을 제작 중"이라며 "가끔 의외성이 부각된 디자인이 나오곤 하는데 오히려 디자이너들은 그런 옷을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이런 부분에서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I를 통해 디자인한 옷의 판매량 예측률을 묻는 말에 신 대표는 "5만 개를 만들면 3만 개가 팔릴 것이다라는 식의 수치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고 큰 방향성에 대해서만 추측하는 정도"라며 "방향성 면에서 크게 어긋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AI기술이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하다 보니 스타트업으로선 비용적인 부분이 없잖아 부담이 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디자이노블은 이 부분에서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 D2SF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미 AI는 장치산업으로 넘어왔다"며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6개월 동안 컴퓨터를 돌릴 일을 빅테크 기업은 좋은 장비를 들여 시간을 확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빠른 나머지 과거의 경우 고가를 주고 장비를 사도 몇 년이 흐르면 들인 돈 만큼 활용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그마저도 무의미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장비를 들일 돈도, 공간도 여의치 않은 만큼 구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네이버에 장비를 대여해 필요한 기능을 원하는 기간만큼만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디자이노블은 또 네이버 클라우드의 GPU 서버를 이용해 패션 관련 이미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미국·독일·중국 등 강대국과 출발선에 나란히 선 게임판인 만큼, 지금부터 열심히 해서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신 대표는 최근 들어 강대국과의 기술 격차가 커졌다고도 했다.
신 대표는 "2, 3년 전만 해도 기술력이 비슷했는데 최근 미국·중국 대비 한국의 기술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그 속도를 잘 따라잡으면서 디자이노블을 좋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신기영 대표는 오는 17일 열리는 네이버 클라우드 AI 서밋 행사에서 산업별 도입 사례 부문 발표에 나선다.
v_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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