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디자이너의 상상력 자극하는 패션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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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K-스타트업’ 대상 받은 디자이노블
편집자 주(註) _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start-up)이 맘 놓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창업환경 조성은 국가의 미래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엔젤투자협회(회장 고영하)의 추천을 받아 매달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2018년 말, 참신한 S/S(봄·여름) 패션이 화제를 모았다. 귀여운 공룡 캐릭터 ‘디노’와 색다른 블록 배열이 눈에 띠는 ‘디노 후드티’였다. 이 옷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이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디노 후드티’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의류업체 한섬의 영캐주얼 브랜드 ‘SJYP’와 AI 스타트업 ‘디자이노블’의 합작품이다. 로고, 캐릭터, 디자인 콘셉트 등 약 33만 장의 이미지와 데님 캐주얼 등 SYJP 스타일을 학습한 AI가 방대한 스케치를 디자이너에게 제안했다.
디자이너는 살릴만한 스케치를 골라 직접 보완하거나 AI에 수정을 요청했다.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쳐 최종 결과물이 나왔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제작시간은 크게 단축됐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공동대표는 “수백 장의 스케치, 수십 장의 샘플 제작과정을 AI가 빠른 속도로 대신했다”며 “디자인 자체도 참신하다는 게 현장 디자이너들의 평가”라고 전했다.
패션에서 생활잡화로 확장
첫 작품 이후 디자이노블에 협업 요청이 쏟아졌다. 현재 10여 개 브랜드와 작업 중이고, 영역도 패션에서 생활잡화로 확장됐다.
1년여 동안 AI는 더 똑똑해졌다. 단순히 디자인만 그리는 수준을 뛰어넘어 선호도, 유행, 계절, 판매량까지 고려해 ‘잘 팔릴 만한 디자인’을 척척 만들어내고 있다.
사업 순항 속에 경사도 터졌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가 합동 개최한 국내 최대의 창업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19’ 최종전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다. 무려 3천894개 참가팀 가운데 으뜸이었다.
신기영 대표는 “패션업계가 기다려온 AI를 제공한 게 주효했다”며 “분석이나 분류에만 쓰던 AI를 창작영역에 끌어들인 점도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디자인 AI은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루한 반복작업을 대체할 수 있다. 소재와 패턴을 바꿔가며 수많은 스케치를 그리는 작업은 디자이너의 시간을 가장 많이 빼앗는다. AI가 있으면 그 시간을 창작에 쏟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디자이너의 영감 자극이다. 영감이 고갈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봐야 하는데, 업무가 바빠 결코 쉽지 않다. AI는 형태와 색, 소재를 조합해 거의 무한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신 대표는 “AI는 ‘영감의 씨앗’을 단번에 확 뿌려줄 수 있다”며 “협업 디자이너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AI가 급속히 진화하면서 일자리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조나 사무는 물론, 창작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디자이노블 사례를 보면 기우로 여겨진다. 인력 배제보다는 사람의 능력향상이 AI의 제 역할이란 점을 증명해서다. 참신한 제품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어 소비자도 덕을 보는 셈이다.
디자이노블 AI와 현대백화점 계열 한섬의 디자이너들이 협업해 만든 공룡 캐릭터 의상 ‘디노 후드티’. 한섬 제공
실적은 실력에서 나온다
디자이노블은 이제 3년차 스타트업이다. 그렇지만 AI 역량은 글로벌 기업들과도 견줄 만하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제 컴퓨터비전 학회(ICCV)’가 좋은 예다. 2년에 한번 열리는 ICCV는 국내외 AI 대기업의 필수참석 행사다. 디자이노블은 부대행사 ‘패션 IQ 대회’의 단일 AI모델 분야에서 1등을 거머쥐었고, 종합으로도 3위에 올랐다.
놀라운 성과지만 디자이노블 창업자들의 면면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송우상 공동대표는 정보검색 세계대회 ‘트렉’에서 정상을 차지했었다. 이건일 이사도 ‘WMT 기계번역 컨퍼런스’ 세계 1위를 수상한 딥러닝(기계학습) 대가다. 신 대표는 기업의 빅데이터 활용을 돕는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분야의 일급 전문가다. 이들은 포항공대 딥러닝 박사과정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다.
특히 신 대표의 이력이 범상치 않다. 본래 경영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 유럽 마케팅을 담당했는데, AI 시대를 예감하고 포항공대에 입학했다. 졸업 후 IBM에서 디지털 컨설턴트를 하다가, 딥러닝 등장으로 AI 패러다임이 바뀌자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갔다.
신 대표는 “처음엔 의료나 바이오에 AI를 접목할까 했지만 이미 사례가 많았다”며 “부가가치가 높고 AI가 기존 문제를 풀 수 있는 분야를 찾았는데, 패션이 의외로 잠재력이 컸다”고 밝혔다.
디자이노블은 앞으로 인테리어, 게임 캐릭터, 포장지 등 디자인이 들어가는 산업이라면 어디로든 뻗어나갈 계획이다. 신 대표는 “풍요로운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겐 따뜻한 위안, 디자이너에겐 상상력, 기업엔 수익을 안기는 AI를 제공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2020.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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